수전 손택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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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글, 좋아하는 책을 떠올리다 가장 많은 구절을 기록해둔 수전 손택의 인터뷰를 선택했다. 많은 소설과 이론으로 유명한 손택의 글을 읽은 경험은 아직도 이 책이 유일하다. 그러나 지금의 글쓰기 활동은 여러 방향의 글쓰기에 대한 그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자, 내가 원하는 건 내 삶 속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이에요. 지금 있는 곳에, 자기 삶 ‘속’에 자기 자신과 동시에 존재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 온전한 주의를 집중하는 것 말입니다. 사람은 세계가 아니고 세계는 사람과 동일하지 않지만, 사람은 그 안에 존재하고 그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지요. 그게 바로 작가의 일입니다. 작가는 세계에 주의를 기울여요. 저는 머릿속에 모든 게 다 있다는 유아론적인 관념에 반대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그 속에 있든 없든 항상 거기 그 자리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가 정말로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내게는 글쓰기를 지금 현재 내게 벌어지는 일과 연결하는 쪽이 그 경험에서 물러나 다른 일을 하려는 것보다 훨씬 쉬워요.
상상으로 나를 매혹시키는 건 인간적으로 내 마음을 끄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어요. 멍청한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에 그런 구별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난 내 글에 책임이 있다고 전제하거든요. 글이 내게서 나왔고 내가 그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요. 그렇지만 내 삶이 글쓰기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해서 조직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나는 자전적으로 글을 쓰지 않고 내 판타지들을 따라가는데, 내 판타지들은 세계에 대한 판타지이지 그런 일들을 하는 나에 대한 판타지가 아니거든요. 그 판타지들은 이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연관된 매혹이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런 걸 사적인 유혹으로 겪지 않아요. 그렇다고 그게 좋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존재 양식이 다르다는 거죠.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글에서 다루는 것들이 꼭 내 마음을 끄는 것들은 아니거든요. 내가 글로 다루는 것들 중에는 사적으로 전혀 경험해본 적도 없거니와 심지어 사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유혹조차 느껴보지 못한 것들도 많답니다.
전 오늘날 모든 일은 도약이고 위험이고 위협이며, 그게 바로 흥분이고 짜릿함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최대한 확장하고 초월하려고 노력하는 것 말입니다. 이에 필요한 집중력을 갖기 위해서는 순진한 상태로 일해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들이 자기한테 바라는 행위나 모습에 자아를 너무 많이 빌려주면 희석되거나 흩어져버릴 수도 있는 어떤 강렬한 내면성의 상태로 작업을 해야 하죠. 내 작업에 대한 타인의 생각이나 타인이 나에 대해 쓰는 글들을 너무 많이 접하고 읽어도 안 되고요.
아까 작가의 사명은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거라고 말했지만, 저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바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역시 마찬가지로, 이것이 끝없는 작업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하는 일이죠. 아무리 해도 허위나 허위의식이나 해석의 체계를 끝장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언제나 어떤 세대에든 그런 것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있어야 하고, 그래서 전 사회비판이 오로지 정부에서만 나오는 세계 대부분의 장소들을 생각하면 심히 심란해져요. 아무리 돈키호테적이라 해도, 모가지 두세 개라도 더 자르려고 애쓰는 프리랜서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착시와 허위와 선동을 파괴하려고 애쓰는, 그래서 만사를 더 복잡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해요. 만사를 더 단순하게 만들려는 불가피한 기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라면 아마 내가 이미 다 쓰고 얘기한 내용에 동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아마 날 그 무엇보다 불편하게 만들 거예요. 왜냐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기를 멈추었다는 뜻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