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미 마친 작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 작품은 세상에 선보인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p 48
정확히 코딩에 처음 관심을 기울인 건 인터넷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월등히 높은 접근성 때문이었다. 시작은 내 생각을 주변 외의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것저것 명분과 목적을 붙였지만, 결국 내가 쓸 수 있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가장 컸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예상보다 많은 양의 공부와 결국 끝마치지 못한 도전을 지나면서 어느새 내게는 그것이 어느 정도 벽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경험 때문에 욕심을 가지면서도, 결국 그것은 어느 정도 벽이었다. 넘을 수 없는 장벽임과 동시에, 포스터나 안내문 따위를 붙이는 죽어있는 벽이 되어 있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에, 결국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못한 듯하다.
프레드 로저스는 마음속에 정원을 만든다면 그곳에서 생각을 가꿀 수 있다고 말했다. 생각이 묘목이 되어 스스로 설 수 있다면 집 밖으로 나가 정원에 옮겨 심을 수 있다.
p 50-51
웹사이트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무엇이든'이라는 막연한 지표 앞에서, 글이 내어준 몇 가지 예시 중 하나를 골라잡았다.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키워낸 생각을 옮겨 심고 때때로 나가 돌봐줄 수 있는 집 앞의 정원.
정원의 구성과 형태가 그려진 청사진은 명확히 떠오르지 않지만, 계속해서 바뀌고 덧대어지는 생각의 흐름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곳으로 운용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웹사이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 가드닝으로 시작한 발걸음은 정리가 되었다가 건축이 되었다가 폭풍을 맞이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